여행 이야기/동유럽여행, 2017년 5월

5/26 미치도록 아름다운 오버트라운, 그리고 할슈타트

Slow Runner 2017. 9. 8. 11:53
[날씨] 맑음
[숙소] dormio obertraun resort

동유럽 여행 일정의 센터를 빛내줄 할슈타트행 9:05 열차를 타기위해 잘츠부르그를 떠났다. 지난 밤의 낭만을 뒤로 한채 떠나는 길이 아쉬우면서도 워낙 유명한 할슈타트인지라 기대는 더욱 커졌다. 스위스를 거쳐오면서 호수가 얼마나 매혹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는지 여실히 느꼈던 나에게는 어쩜 당연스러운 기대치일 것이다. 그렇게 기차에 오른지 얼마지 않아, 그 기대를 걱정으로 바꾼 사건이 하나 생기고 말았다. 이 여행의 시작 이전 부터 예정된 일이 이제서  터진 것 뿐이지만, 몇 시간 동안의 막막함은 이번 여행 위기중 가장 큰 위기 였는지도 모르겠다. 

부킹닷컴을 통해 예약했던 숙소가 5월이 아닌 6월 26일자로 1박 예약 상태였고, 오늘부터 취소수수료 일부가 붙는 상황이었다. 단지 이것 뿐이면 아주 나이스한 상황이었을 텐데, 생소하기 그지 없는 성모 승천 대축일이라는 유럽인들의 최고의 명절이라는 것이 우리의 발목을 크게 잡았다. 
할슈타트는 할슈타트 호숫가 작은 마을로 기차역은 유명하다는 그 마을의 호수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동화에서 나온 듯한 그 마을은 1년전에 예약을 해도 숙소를 얻기 쉽지 않은 곳이라는 점이다. 더 더욱이 우리는 그 분비는 마을 건너편 오버트라운 이라는 더 작은 마을에 숙소를 예약 했었고 숙소 자체도 몇개 안되는 너무도 한적한 곳이라는 거다. 예약을 실수 하지 않았더라면 너무도 완벽한 가성비와 위치를 갖추고 있을 이 마을이 지금 이 순간은 최악의 선택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방이 있으려니 싶어 몇 개 안되는 숙소를 순회 했고 차선으로는 민박이라도 없을까 찾았으며 차차선으론 기차로 이동 가능 거리상의 다른 마을을 어제 묵었던 잘츠부르크를 포함해 찾어봤지만 답은 '방이 없다’는  것이 었다.
결국 우리는 그 마을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오버트라운 리조트의 6인 독채를 겨우 얻어 짐을 풀게 되었다.

- 오버트라운 역에 도착

- 시골 기찻길의 들꽃

- 오버트라운에서 바라본 할슈타트호수

꿈에 그렸던 별장 같은 독채는 세개의 침실과 3개의 욕실, 벽난로가 있는 거실과 오븐이 있는 주방과 테라스를 갖추고 있었다. 유일한 독채라 호수를 바로 바라볼 수는 없었지만, 푸른 잔디와 높은 알프스 산맥이 둘러싸고 있는 아름답기 그지 없는 풍경안에 너무도 고요하고 넓은 공간을 둘의 어떤 기운으로도 채울 수 없었다. 

그래도 바삐 움직인 탓에, 너무 늦지는 않게 할슈타트 마을로 나비아(Navia)라는 나룻배를 타고 들어 갈 수 있었다.  
지친탓인지 관광객에게 점령당한 동화속 마을이 기대만큼은 아니다 싶었다.  나비아 조차 퉁명스러웠던 사공과 모터로 내달려 호수 위 상쾌함으로 기분낼만 하니 순식간 도착해 버렸다. 오버트라운과 할슈타트간 왕복으로 다닐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인지라 다른 선택은 없다. 지금 생각해보니 넓디 넓은 호수에 오버트라운에서 출발한 배는 우리를 태운 나비아 달랑 한 대 뿐이고 알프스의 높은 산으로 둘러 쌓인 잔잔한 호수에 잔 물결을 일으키며  노니는 상쾌함에 배가 불렀던게 분명하다 
작은 나룻터에 내리면 호숫가를 따라 작은 길이 나 있다. 사진 속 교회들이 보이는 방향으로 할슈타트를 거닐었다. 관광객과 기념품 가게가 호수에 떠 있는 느낌이 들었지만, 가능한 눈 안에 이 아름다운 호수 마을을 온전히 담으려고 노력해 본다. 사실 각도는 맞는것 같은데 맘에 꼭 들진 않았다.
할슈타트 마을 사진들에도 항상 등장하는 두 개의 교회가 있다. 마을의 광장 옆 호수 가까이에 있는 개신교회인 루터 교회와 그 길을 지나 언덕배기에 있는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인 교구 교회이다. 
루터교회는 호수와 마을을 함께 담은 사진에 담기에 아름다울 뿐아니라 마을 길을 걸으며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가까이서 보면 꾀나 높아서 사진으로 담기 어렵다. 예쁜 교회를 지나면 호수가 트여 있는데, 마을이 교회를 지나고도 한참 길게 뻗어 있었다. 교회 뒤 언덕으로 오르면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과 뜰에는 작은 공동 묘지가 함께 있는데,  약간의 언덕을 올랐을 뿐이데 보이는 경관이 한층 풍성해 졌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기어이 오르고 마는가보다. 호수를 내다보며 언덕길은 마을의 좁은 뒷길로 이어졌는데 중간중간 집과 집 사이에 보이는 풍경이 참 좋다. 
무엇보다 그 좁은 길과 집들이 너무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어지간한 집들은 이미 숙박영업 중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마을의 아래 윗길을 돌아도 금방이다. 반대편 끝에는 제법 큰 선착장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을 내려다 놓는다. 사람들이 많은 곳일 수록 뷰는 눈에 익숙하다. 익숙한 장면에 반가워 사진을 찍다보면, 백조들이 모델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호수 위 백조 두마리가 긴 목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서로에게 구애하는 포즈까지 취해주는  센스까지, 신기하고 감사 할 뿐이다. 나비아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긴 하루가 물결을 따라 흩어진다.
호숫가에서 썬텐하며 물놀이에 한창이던 한낮의 호수과와 달리 해질 무렵 호수는 기운 해에 더욱 빛나고 백조의 날개짓이 찬란하리만큼 하얗다. 잠시 나와 호숫가를 거닐었는데 이렇게 눈으로만 담기 아까운 맘을 달랠길이 없었다.

- 할슈타트로 가는 나비야에서 바라본 오버트라운

- 나비야를 타고 할슈타트로 가는 물길

- 할슈타트 마을의 모습

-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에서 바라본 루터교회와 호수 

- 할슈타트 언덕위 좁은길들 사이로 보이는 호수

- 할슈타트의 대표적인 풍경을 담아 본 사진

- 사랑을 나누는 백조 한 쌍

- 다시 오버트라운으로 가는 나룻배

- 오버트라운의 저녁 풍경, 백조도 집으로 향한다.


훌륭한 독채를 만끽하기엔 몸도 피곤했고 내일 일정도 만만찮은지라 프론트 옆의 미니 마켓에서 맥주 정도만 간단히 사들고 들어와 목만 간단히 축이고 하루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