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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동유럽여행, 2017년 5월

5/27 슬로베니아 블레드로 가는 여정

by Slow Runner 2017. 9. 8.
[날씨] 맑음
[숙소] Pension ttt, bled

어제의 파란만장했던 오버트라운은 떠나는 이제서야 더욱 더 빛났다. 체크아웃 전에 독채를 배경으로 사진도 한방씩 남기고 호수도 다시 한번 거닌다. 나룻배를 찾아 헤매고 계신 나이 지긋한 중년의 부부에게 나룻터를 일러드리고 어제의 무용담까지 자연스럽게 풀어놓으며 반가움을 나누기도 했다. 아침 나절의 호수는 벌써 깨어 나룻배로 사람들을 싣어 나르고 오리며 백조들이 물살을 가르며 날갯짓으로 기지개를 켠다. 호수는 더욱 잔잔해서 높은 산능선을 그대로 그려 담았다. 

- 이른 아침 오버트라운에서 바라본 할슈타트 호수

- 앉아 있기만 해도 행복해질 것 같은 벤치

- 알프스 자락에서 잠시잠깐 호사를 누리게 해줬던 6인 독채의 모습, 내부가 더 좋아


또 다른 동화속 호수 마을인 슬로베니아 블레드를 기다리며 기차길을 따라 오버트라운역으로 향했다. 기차길 옆 마을과 들꽃이 아름다운 이 작은 역에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그러곤 다시 기차를 탔다. 

- 오버트라운 역으로 가는 마을길

- 블레드행 기차를 기다리는 중


오스트리아를 떠나면 이제 남은 3개국은 옛 공산주의 국가였던 나라들로 몇년전까지도 유럽의 변두리로만 여겼던 곳이지만, 최근 매스컴에서 여러차례 다뤄지는 바람에 오히려 값싼 여행 경비에 더 각광을 받는 곳이 되었다. 이번 여행의 컨셉을 동유럽에 집중한 것 또한 어쩜 나영석 PD의 꽃보다 시리즈와 조인성 고현정의 로맨틱한 장면 장면이 제법 역할을 했다.  기대에 부풀어 가는 길은 차창에 빠르게 지나는 풍경만으로도 마음을 더욱 두근거리게 한다. 알프스 산맥과 짙은 녹색의 숲 연두빛의 풀밭과 노랗고 하얗게 알록달록한 들꽃들이 기차의 달리는 속도에 섞인다. 오버트라운역에서 부터 만난 한국 여대생과 통성명도 없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블레드 행 길을 함께 했다. 
기차를 두번이나 갈아타는 코스다. 
- Obertraun ~ Stainach-Irdning : REX 구간
- Stainach-Irdning ~ Bischofshofen : IC 구간
- Bischofshofen ~ Lesce-Bled : EC 구간

Stainach-Irdning 까지 가는 REX 구간,  한폭의 그림 같은 풍경

- Stainach-Irdning 역

Bischofshofen까지 가는 IC 구간, 또 한폭의 그림 같은 마을

- 드디어 종착점인 lesce-bled역, 작은 시골역의 모습

EC 구간은 국가간 이동으로 독일과 슬로베니아 두 방향을 종착지로 하며 차량이 중간에 나뉘어 달리게 된다고 한다. REX구간 열차 지연으로 갈아타는 구간에서 대기는 길지 않았다. 11: 25 Hallstatt 출발 예정이 었던 열차는 그날 오후 5시가 넘어 lesce-bled역에 도착했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역 건너편 도로에 버스가 대기중이었다. 다음 버스가 아주 늦게나 있는지라 눈썹날리게 버스에 올랐다. Bled 호수 근처의 버스 정류소인 Unior 까지만 가면 오늘의 대이동도 무사히 마칠 수 있으리라. 
정류소에서 호수방향 반대로 500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 펜션 TTT에 묵을 예정이다. 호수 반대 편이 라는건 단점이 었지만, 숙소 입구에 대형 마트도 있고 조용하고 깔끔하게 단장된 체리나무와 장미가 이쁜 숙소의 첫 인상은 좋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짐을 신속히 풀고는 이 도시의 최고의 명소인 블레드 호수로 달려 갔다. 종일 기차를 타며 식사다운 식사를 못했던 우리는 어느 블로거 추천의 피자리아를 구글에 물어 걸었다. 구글의 최단거리는 어쩐지 호수방향이 아닌 길이 었는데, 호수 이면의 도로에 위치한 예쁜 집들이 이제까지의 유럽과는 다른 모습으로 신경쓴듯 안쓴듯 가꾸어져 있었고 그 멋스러움이 오히려 더욱 친근하고 인간미가 느껴져 좋았다. 도착한 피자리아는 지도상으로는 블레드성 근처에 호수도 가까웠는데 사실 아무것도 뵈지 않았다. 그래도 레스토랑 맞은편에 보이는 길건너 집은 넝쿨이 예쁘게 늘어져 자라고 꽃들이 흐드러져 호수도 성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어 주었다. 먼저 슬로베니아 대표 맥주 Union 한잔을 먼저 기울이고 웨이트리스가 매우 스파이시 하다고 겁을 줬던 피자 한판과 샐러드, 다들 1인 1판 하는 분위기라 어쩔 수 없이 핫도그 하나를 더 시켰다. 역시 슬로베니아 피자가 이탈리아 본국 보다도 더 맛나다는 말이 있을만 하게 맛이 좋았다. 그리고 할라피뇨가 드문드문 통으로 올라가있어 화끈한 매운맛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샐러드도 훌륭했다. 가격이 무엇보다 맘에 들었다. 유럽의 동쪽으로 갈 수록 여러모로 맘에 드는 것이 많다. 

식사를 마치고 블레드 성이 보이는 호수가 길을 거닐었는데, 이미 너무 어두워져 버린 후 였다. 아쉽지만 내일을 종일 이곳에서 보낼 예정이라 가벼운 맘으로 돌아와 쉴 수 있었다.  

- 슬로베니아에서 처음 맛보는 슬로베니아 맥주, 맛 좋다.

- 맥주와 함께 즐긴 피자와 다른 메뉴들, 매콤한 피자 맛이 기가막히다.

-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니 너무 늦어 버렸다. 조명이 켜진 블레드 성의 모습

- 늦은 귀가, 펜션 ttt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