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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동유럽여행, 2017년 5월

5/25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by Slow Runner 2017. 9. 8.
[날씨] 맑음
[숙소] 호텔 하운스퍼거호프(Hotel Haunspergerhof)
[특이사항] 주님승천대축일 (예수 부활하신 날로부터 40일 되는 주 목요일)

어제 밤 루체른에 취해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는 기차를 오르기 전에 아침산책을 약속 했었다. 후다닥 짐을 꾸려 체크아웃 하고 어제 저녁의 그 길을 복기하듯 걸었다. 흰 백조의 날개는 아침 햇빛에 눈 부시게 빛이 났다. 루체른 호수는 로이스 강이 되어 스위스 땅을 한참 흐르다 인터라켄에서 만났던 아레 강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한다. 그 아름다운 로이스 강변과 강을 가로지르는 두개의 아름다운 옛다리를 둘러보고 짐을 찾아 아쉬운 걸음을 옮겨 취리히행 기차에 올랐다. 호텔이 청소 하느라 프론트에 문을 닫아 놓은 바람에 잠깐의 혼선은 있었지만, 기차시간에 크게 무리는 없었다. 

- 아침 카펠교와 백조, 루체른

- 루체른을 힘차게 가로질러 흐르는 로이스강


1시간여 만에 도착한 스위스의 마지막 도시 취리히에서 간단히 커피와 샌드위치를 사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행 기차에 올랐다. 오늘의 컨디션도 이놈에 캐리어의 무게를 요령껏 잘 다루는 일일테다. 10:40 출발, 16:03 도착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기차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산과 들과 강과 집들과 사람들과 많은 길들을 지나게 된다. 알프스 산맥이 두 나라에 걸쳐 길들과 함께 이어져 있는데 미묘하게 두 나라의 모습은 다른 모습이었고, 나는 그 모습이  신기했다. 
'소금의 산'이라는 뜻의 잘츠부르크는 유럽 철도의 중심지로 이번 유럽여행의 교두보와 같은 곳이다. 이번 우리의 동유럽 여행 또한 잘츠부르크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모차르트나 카라얀 같은 어마어마한 음악가를 낳은 도시, 사운드오브뮤직의 배경이 된 도시로 아름다운 성과 구시가지가 깊은 역사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고풍스러운 곳이다. 
호텔은 신시가지쪽에 있는 잘츠부르크 중앙역에서 나와 10분여 잘자흐강 방향으로 가는길에 위치한 하늘색 건물로 단체 손님이 장사진을 이뤄 조금 걱정했으나 조용하고 쾌적한 곳이었다. 지배인이 내어준 객실 키가 호텔 현관 프론트 키와 같다고 하는 바람에 한 참을 되지도 않는 언어로 지배인을 실소하게 만들었다. 

- 호텔창가에서 바라본 잘츠브르크, 체크인후 바로 밖으로 뛰쳐나간다.


어찌 되었든 체크인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잘 마치고, 강변으로 무작정 향했다. 강건너로 보이는 성과 구시가는 본능적으로 이곳을 모르는 이들까지 이끈다. 그러다 보니 미라벨 궁전과 정원, 모차르트의집 등의 신시가지 쪽의 볼거리들에 대한 흥미는 사라졌고, 과감히 강건너의 언덕을 따라 나있는 길위의 사람들의 행렬을 쫓기로 했다. 

뒤에 확인해 보니 그 길은 Monchsberg(묀히스베르크) Path로 Hohensalzburg 성이 위치한 나즈막한 산위로 나있는 언덕길이다. 역시나 본능이 이끌어 주었던 이 길은 성과 구시가 뿐 아니라 언덕을 중심으로 잘츠부르크라는 도시를 훤히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또한 언덕위에 요새의 흔적들이며 현대 미술관, 너른 풀밭과 나무들 사이의 오솔길과 새소리를 누릴 만큼 누리는 호사를 베푼다. 
Sankt Maria(Mutterhaus) 교회가 강변을 끼고 길의 시작을 알린다. 길을 조금 오르기만 해도 잘츠부르크가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임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너무 많은 풍경이 내 눈 속으로 밀려 들어온다. 
그리고 가파른 성벽의 일부는 암벽등반하는 코스로 개방 되어 있는데 로프 하나에 매달려 오르는 여성 분 한분이 힘차게 오르고 있었다. 
성벽과 아치 형태의 게이트는 사람들이 올라 앉아 맥주 한 잔 하는 공간이 되어 있었는데 높은 허공에 다리를 흔들고 있을 수 있는 걸 보면 겁들은 상실한지 오래 인 듯 했다.
옛적 요새가 주는 운치있는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이 성에 가까워 질 수록 더욱 장관을 선사한다.  
성 바로 밑까지 갔을까 굽이치는 잘자흐 강과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위로 노을이 서서히 내려 앉았다. 
성은 아주 오랫동안 이곳을 지키고 이 도시를 지켜왔을 듯한 늠름한 모습으로 오래전 그 모습을 간직 하고 있었다. 사실 입장시간이 거의 끝났을 무렵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게 성안으로 들어갔던 터라 성안의 건축물 내부를 들여다 볼 수 는 없었지만, 성 밖을 내다 볼 수 있게 만들어진 몇 개의 테라스들이 있는데 성을 중심으로 잘츠부르크 시내 뿐 아니라 연둣빛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평야와 멀리 알프스 산자락까지 볼 수 있다. 
성의 가장 높은 망루에 서지 못했다는 것도 나중에서 알았지만, 성벽을 따라 걸었던 길과 성위에서의 시간은 이번 여행 중에 놓칠 수 없을 아름다운 중세 유럽의 모습을 선사해 주었다. 

- 성벽을 따라 Monchsberg Path가 보인다

- 다리 위에서 본 Hohensalzburg 성과 구시가 모습

Monchsberg Path를 가는 길위의 뷰포인트

- 요새 였던 이 곳의 흔적들

- 성으로 오르는길 올려다 본 모습 

- 성위에서 내려다본 잘츠부르크


또 잊지 못할 코스는 성안 파노라마 레스토랑에서 맛 본 오스트리아 향 듬뿍 담긴 멋스런 맛스런 디너였다. 그간의 여행에서 비교적 저렴하고 단촐하기 그지 없던 식사가 하루 저녁에 채워지는 것  처럼 내 기준으로는 충분히 풍성하기 그지 없는 최고의 식사였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이미 어둑해진 성위에서 내려와 구시가를 둘러 보았다. 유명한 건축물들이 빼곡히 들어찬 이곳을 찬찬히 둘러보지 못 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모차르트가 세례받았으며 오르간 연주를 한 곳이 기도 한 잘츠부르크 대성당은 사진으로 다행히 남아는 있었다. 왠지 그 유래만으로도 잘츠부르크 역사의 요약본 같았다. 
불 꺼진 게트라데이 거리를 걸어나와 마카르트 다리를 건너 신시가지로 접어 들었을 때는 너무 어두워져서 길가는 차소리에도 괜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무사히 돌아 왔지만 말이다.  경치에 취해 다녔던 만큼 물 한병 살 곳이 없을 만큼 늦은 귀가를 해 버린 것이다. 
 유럽의 카톨릭 국가의 주님승천대축일은 엄청난 축제의 날이 라고 한다. 성 위에 있는 동안 요란한 음악소리와 축제 행렬, 자동차들의 퍼레이드가 있었던지라, 축제와 함께 하진 못했지만 신자로서 성탄절과 부활절 외의 축일은 기억에 조차 없다는게 쑥스러웠다. 

앞으로 이 축일로 인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그림자는 꿈에도 몰랐다.  

- 파노라마 레스토랑의 창밖 전경

- 맛난 저녁 식사, 보기보다 훨씬 괜찮다.

- 마카르트 다리에서 본 야경